상세 내용
외환위기 이후 법인세수의 급속한 증가세는 법인의 세부담에 대한 논란을 가속화시키는 것은 물론 최근 경기침체와 투자부진에 대한 정책적 대응으로서 법인세 인하를 요구하는 주장에까지 이르고 있다. 본 보고서는 이러한 법인세 개편 논의에 있어 여러 쟁점 사항을 검토하고, 핵심적인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는 세부담의 투자효과를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우리나라 법인의 세부담과 투자 지출에 관한 최근 현황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개별 법인의 재무자료에 근거한 법인세차감전순이익 대비 법인세비용, 즉 평균유효세율은 감소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반면 법정세율의 계속적인 인하에도 불구하고 GDP 및 국세 대비 법인세 비중은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기업의 수익성 확대 및 재무구조의 개선, 법인 수의 증가 등으로 인한 과세기반의 확충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던 투자지출은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감소하였으며, 2000년 말 IT버블의 붕괴 이후 3~4년 동안 설비투자 증가율이 계속해서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과 재무건전성 개선 노력에 따른 효과로 개별 기업의 수익성이 대폭 개선되어 현금흐름이 증가하였지만, 이러한 유동성 증대는 실질적인 투자확대로 연결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법인세 개편을 통해 최근 부진했던 투자를 활성화하고 경제성장의 동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주장의 핵심 논거는 세부담 완화를 통한 투자증진 효과에 있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신용평가정보의 개별기업에 관한 미시 자료(Kis-value)를 바탕으로 법인세 부담의 지표 중 하나인 평균유효세율을 측정하고, 이를 투자수요 모형에 결합하여 법인의 세부담이 투자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했다. 기본투자모형으로는 토빈의 Q모형과 오차수정모형을 이용하며, 모형의 현실성 제고를 위해 유동성 제약과 가속도 효과를 추가한다. 개별기업 자료의 속성과 여러 기간에 걸쳐 시행 또는 조정되는 투자의 특성으로 인해, 투자함수는 전형적인 동태패널모형의 형태로 주어지며, 이의 식별과 추정을 위해서 Arellano & Bond(1991)와 Blundell & Bond(1998)에 의해 개발된 1계 차분 GMM과 연립 GMM을 이용한다. 토빈의 Q모형 및 오차수정모형에 대한 실증분석은 대체적으로 경제이론의 예측과 부합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전기의 투자비중의 계수 추정치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양(+)의 값을 갖는 것으로 나타나, 설비투자를 계량모형화할 때 투자의 지속성과 같은 동태적 특성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함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매출액 증가율과 현금흐름비중은 대부분의 추정 결과에서 모두 투자에 유의미한 양(+)의 영향을 미치고, 상대적으로 큰 설명력을 지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담의 투자효과는 음(-)의 방향으로 나타나지만, 그 효과의 크기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분적으로 통계적 유의성이 확인된 경우가 일부 있지만, 이때 계수 추정치의 절대값은 매우 낮은 수준이어서, 본 연구 결과에서 나타나는 세부담 인하의 투자증대 효과는 일반적인 기대보다 훨씬 작았다. 예를 들어 5%의 세부담 인하는 전체 자산스톡 대비 투자비중을 0.05% 가량 증가시키게 되는데, 이는 평균적인 투자비중(5%)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러한 실증분석 결과로부터 세부담이 투자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확정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는 없다. 본 연구에서 채택한 모형은 단지 세부담 인하가 투자에 미치는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효과만을 고려한 것이며, 중장기적이고 간접적인 효과까지 분석 대상에 포함한 것은 아니다. 분석의 목적상 한계유효세율이 더 적절한 세부담 지표일 수 있으나 개별기업 차원의 자료부족으로 평균유효세율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 또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투자세액공제 및 준비금, 특별감가 상각 등의 조세인센티브 제도는 기업의 투자결정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세무자료에 대한 접근제약으로 인해 이를 충분히 반영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