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내용
대법원의 사법통계에 의하면 현재 법원이 처리하는 행정사건 중 조세사건은 대략 전체 행정사건 중 거의 절반 수준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반영하여 법원조직에서도 대법원 재판연구관실에 행정조 이외에 조세조를 별도로 두어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조세전담부를 두어 행정사건 중 조세사건만을 처리하도록 하는 등 조세사건의 수효는 과거에서부터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조세사건의 증가는 동시에 이를 처리할 수 있는 불복절차와 조직을 완비할 것을 요구한다. 여기서 조직을 갖춘다 함은 조세사건만을 전속관할로 하는 조세법원의 설치를 의미하는 것이며, 절차를 갖춘다 함은 조세사건만을 위한 별도의 소송절차제도를 갖추어야 함을 의미한다. 예컨대, 미국과 독일 등 주요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조세사건만을 전속관할로 하는 법원조직을 설치하고 있으며, 조세사건을 처리하기 위한 소송법규를 별도로 가지고 있다. 각국마다 전통과 법제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인 조세법원의 구조와 소송법규의 내용이 상이하지만, 일반 행정사건과 구별되는 별도의 조세사건만을 위한 법원조직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조세사건의 처리를 위한 별도의 사건처리절차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각국의 입법례를 비교 검토하면 우리나라의 입법적 및 조직적으로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가 밝혀질 것이며 이를 출발점으로 하여 바람직한 제도 개선의 작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본 연구는 바로 이러한 점에서 출발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조세사건 처리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조세소송에 관한 별도법은 존재하지 않으며, 국세기본법 및 지방세기본법에 의하여 행정소송법 규정 중 일부를 차용하는 체제로 운용되고 있다. 법원조직 면에서도 특별법원으로서 조세법원은 존재하지 않으며 행정법원에서 일반 행정사건과 더불어 함께 처리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조세소송은 행정소송 중에서도 사실관계의 인정, 입증책임의 소재, 소송물의 개념과 범위 등 소송제도 전반에 걸쳐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법원 실무에서는 조세사건을 행정사건의 한 종류로 취급하면서 소송제도 운영상 필요한 부분은 실무관행의 축적에 의하여 해결해 나가고 있는 실정이어서, 장래 더욱 촉발될 것으로 기대되는 조세사건의 원활한 처리와 조세분야에서의 국민의 권익구제에 매우 미흡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시정하고 바람직한 제도 개선을 견인하기 위하여 본 연구에서는 독일을 비롯한 선진국의 입법례를 비교·검토하여 우리나라의 제도 개선에 필요한 좋은 시사점을 도출하고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에서 가칭 ‘조세소송법’을 제정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 보는 것을 시도하였다. 조세법원의 설치 문제는 본 보고서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직접적인 연구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간략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갈음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결론은 조세소송법의 제정에 있어서는 일반 행정소송과 달리 조세소송에서 두어야 할 특유한 소송 형식의 필요성과 입증책임 또는 소송물의 범위나 내용과 관련하여 독자적인 규율 필요성 등이 논의되어야 할 것으로 정리되었다. 이러한 사항을 반영하여 본 연구자가 생각하는 가칭 조세소송법의 제정안을 마련하여 보았다. 다만, 소송제도의 신설을 담는 법은 관련 전문가와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제정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향후 이 분야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 형성과 이론적 발전을 반영한 심층적인 논의가 전개되어 우리나라의 조세소송 문화의 선진화에 기여할 수 있는 데 이 연구보고서가 단초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