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는 경제적 활동의 결과를 체계적으로 기록.분석하여 의사결정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유용한 정보를 생산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따라서 기록 및 분석대상인 경제적 활동이 복잡해질수록, 혹은 지원대상인 의사결정상황이 고도화될수록 회계도 이에 상응하여 정교하게 발전하여 왔다.
1997년말 외환위기를 겪은 우리나라는 민간부문의 구조개혁을 단행함과 더불어 국가재정의 건전성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고민을 하게 된다. 이러한 고민의 결실로 참여정부 들어 4대 재정개혁의 일환으로 국가회계에 발생주의 방식의 도입을 결정하게 된다. 뉴질랜드를 비롯하여 재정위기를 극복한 여러 나라들이 민간의 경영기법을 공공부문에 적용하였는데 회계 역시 민간기업이 사용하는 발생주의를 적용한 것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이후 10여년간의 논의와 준비기간을 거쳐서 2007년도에 발생주의 도입근거법인 국가회계법이 제정되고 2009년에는 국가회계기준이 마련되어 본격적으로 발생주의 회계제도가 국가재정의 전반에 시행되었다.
2010년에는 국가회계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전문적인 연구•조사 기관으로 국가회계재정통계센터(당시 ‘국가회계기준센터’)를 설립하였는데 국가회계기준의 정비, 중앙관서 재무제표 및 국가통합재무제표의 작성 지원, 국가회계정보의 활용방안 연구 및 홍보 등을 주요 기능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의 결실로 2012년도에는 드디어 2011회계연도 발생주의 재무제표를 법적기한에맞추어 차질 없이 국회에 제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발생주의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사회간접자본 등 다양한 국고자산에 대한 재조사와 자산재평가를 실시하여 국가의 자산 현황 및 금액의 완전성을 제고하였다. 또한 공무원 및 군인연금의 충당부채 등 종전 현금주의에서 파악할 수 없었던 부채를 추가로 발굴하고 측정•공시함으로써 국가재정의 지속가능성 평가에 필수적인 새롭고 획기적인 정보를 제공하였다.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수적인 효과는 국가 및 지방공무원들에게 회계의 중요성을 인식시켰으며, 결산 및 회계담당 공무원들의 회계역량을 강화하였다는 것이다. 연중 수차례에 걸친 관련 교육의 실시, 전년도 오류사례집 배포, 민간 결산지원단의 지원 외에도 감사원의 체계적이고 꼼꼼한 결산검사도 큰 공헌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제 국가회계는 제2단계로의 도약을 앞두고 있다. 지난 3년여 동안 새로운 방식으로 산출한 정보의 신뢰성 제고에 주력하였다고 하면 이제는 해당 정보의 활용성 증대를 논하여야 할 시점이 되었다. 발생주의 재무제표가 처음 공시되었을 당시에는 고도의 전문성과 숙련을 요하는 작업을 단기간 내에 차질없이 완수하였다는 점에서 국내외의 관계자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았지만, 이 단계에 머무를 수만은 없을 것이다.
이제는 어렵사리 생산된 정보의 활용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을 시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하여 국가회계정보의 활용가능성을 확대하기 위하여 보강하여야 할 정보의 질적 속성을 검토하고 대응방안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선 국가회계정보의 이해가능성(understandability) 제고가 필요하다. 국가공무원, 국회, 시민단체, 학계 등 주요 정보이용자들은 현재의 발생주의 국가재무제표에 대하여 복잡하고 방대하기는 한데 한 눈에 이해할 수가 없다는 평을 하고 있다. 국가살림살이의 공공적인 특성상 민간기업에서 널리 사용하는 당기순이익, 부채비율 등의 개념을 직접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다른 국가들의 정보도 비교가능성 및 접근가능성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 등이 주요 이유이다. 향후, 공공성의 특성을 반영한 핵심 재무지표의 발굴, 타국의 비교가능정보 수집을 포함하여 이들 정보들을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후 공공데이타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서 정보이용자들이 정보수요에 맞게 자료를 검색하고 가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자발적인 정보 활용가능성 확대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목적적합성(relevancy)의 제고이다. 목적적합성을 높이기 위해서 거시적 차원에서 국가재정의 지속가능성, 미시적 차원에서 국가재정사업의 효율성•효과성 평가 및 예측에 도움을 주는 정보의 산출이 필요하다. 재정 지속가능성 평가와 관련하여 공무원•군인연금의 충당부채의 계상 외에도 기타 공적연금에 대하여 필수보충정보로 연금충당부채를 공시하는 방안의 적합성도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국가재정사업 평가를 위해서는 현재 재정운영표에서 공시하고 있는 프로그램원가의 활용이 필수적이다. 프로그램원가는 현금주의에 의한 지출항목 외에 감가상각비 등을 포함한 발생주의에 의한 포괄적인 원가정보(full costing)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해당 사업의 평가를 위한 핵심적인 기초 자료를 제공한다.
현재 국가회계재정통계센터는 국가회계 발전의 2단계 진입을 위한 두 가지 방향성을 설정하고 내외부 연구진을 활용하여 기초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월 17일 "국가회계 재무정보 활용방안" 심포지움을 통해서 국가회계의 재무회계 측면과 관리회계 측면의 두 주제를 다루었다. 우선, 재무회계 측면에서 ‘현행 국가결산보고서가 분량과 범위가 방대하며 상당한 수준의 전문적 지식이 있어야 이해가 가능하다’는 지적이 있었으며, 대안으로 ‘국가결산 개요’ 부분에서 국민들이 이해하기 쉬운 서술적 방식으로 분석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제시되었다. 관리회계 측면에서는 현재 정책사업(프로그램)별로 집계되고 있는 원가정보를 의사결정단위인 단위사업 혹은 세부사업으로 집계수준을 고도화하고 동시에 산출물(output)단위로 집계하여 이른바 재정사업의 단가(cost of unit)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있었다.
2015년에는 이러한 제언을 구체화하고 실행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하게 될 것이다. 다양한 해외 사례를 수집하여 우리나라의 상황에 적합한 모델을 만들고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실제 현장에 모의 적용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국가회계분야의 자료들이 대부분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렵고 관련 학자들 및 문헌도 제한적이어서 연구 및 후속작업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관•산•학을 아우르는 여러 분야에서 개척의 모험심과 애국의 열정이 넘치는 관계자들의 따뜻한 관심과 참여로 발전 2단계 도입이 성공할 것임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