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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재정·공공기관 현안

1. 다국적 IT 기업의 조세회피 행태와 시사점: 애플·구글의 사례를 중심으로

재정포럼 2013년 7월호(제205호)
저자
안종석
발행월
2013-07
조회수
11632
요약
요약
거주지 과세는 국외의 자회사에 유보된 자산을 국내로 환수하는 것을 저해하는 장애요인으로서의 역할 외에 다른 역할은 하지 못한다. 특히 거주지 국가의 세수입을 증대시키는 역할은 하지 못한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도 해외투자 소득에 대한 거주지 과세를 폐지하거나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다국적 IT 기업의 조세회피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에 대한 시사점은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와 같은 방식의 조세회피를 하고 있거나 할 가능성이 있는지,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본고에서 검토한 사례와 완전히 같은 방식은 아닐 수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를, 조세피난처를 활용하여 국외원천소득에 대한 거주지 과세를 회피하는 것과 아일랜드 등 특정 국가의 제도를 활용하여 원천지 과세를 회피하는 것으로 나눠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애플과 구글의 조세회피 전략은 이 두 가지를 결합한 것인데, 아일랜드에 지적재산권을 이전하여 국외원천소득을 아일랜드에 유보하고 미국의 법인세 부담을 회피하는 것이 전자이고, ‘Double Irish with Dutch Sandwich’ 전략은 후자에 해당한다.

먼저 전자 즉, 거주지 과세의 회피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그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이 현재 지방세를 포함하여 24.2%로 미국의 35%보다는 상당히 낮아 미국보다는 거주지 과세를 회피할 유인이 적다고 할 수는 있다. 만약 원천지에서 20% 수준 또는 그 이상의 세금을 납부한다면 국외원천소득을 거주지로 환수하는 데 따른 부담이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애플, 구글의 사례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조세피난처를 활용하여 원천지 과세를 회피할 수 있다면 국외유보소득을 국내로 환수할 때 납부해야 하는 24.2%의 세부담은 적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이 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자국 기업의 해외 유보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국내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난다고 보아 거주지 과세를 포기함으로써 해외 유보소득을 국내로 환수하는 데 있어 장애요인을 제거하였다. 영국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아직 미국은 거주지 과세를 포기하지 않고 있는데, 애플과 구글의 대응을 보면 미국이 실제로 거주지 과세를 통해 세금을 징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 기업들이 35%의 세율하에서는 해외에 유보된 자산을 국내로 환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거주지 과세는 국외의 자회사에 유보된 자산을 국내로 환수하는 것을 저해하는 장애요인으로서의 역할 외에 다른 역할은 하지 못한다. 특히 거주지 국가의 세수입을 증대시키는 역할은 하지 못한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도 해외투자 소득에 대한 거주지 과세를 폐지하거나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안종석, 2009).

원천지 과세 회피 문제에 대해서는 실제로 개별 국가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 이전가격 과세제도와 CFC제도를 정비하고 엄정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으며, 일반적 조세회피 규정의 역할을 강화하여 다양한 조세회피에 대응할 필요가 있으나 실제로 개별 국가의 조치가 어느 정도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OECD에서 BEPS라는 주제로 이러한 제도 및 규정의 개편·강화 방안을 포함하여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그 논의에 참여하고 보조를 맞춰 국제적으로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보다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거주지 판단 기준 등에 있어 국제적 조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시사점은 법인세제의 발전방향에 대한 것이다. 지난 30여 년에 걸친 세율 인하 경쟁과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 사례를 통해 인식하게 된 과세베이스 경쟁은 앞으로 법인세를 통해서 세수입을 확보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임을 시사한다. 아일랜드나 네덜란드와 같이 자국의 과세베이스를 확대하는 한편 조세회피 전략을 통해 다른 국가의 원천지 과세를 회피하는 데 사용되는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있는 국가들이 과세베이스 경쟁을 주도하며, 조세피난처를 활용한 조세회피의 기회를 제공한다. 과세베이스 경쟁이 장기적으로 계속되면 세계적으로 법인세 과세기반이 와해될 가능성도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여 법인세 과세체계의 근본적 개혁방안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재정수요가 빠른 속도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세수입 구조의 발전방향을 모색할 때도 법인세를 통한 세수입 확보의 한계점이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